2021년도에 해가 막바지에 이르렀다. 단어만 들어도 설레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왔기에 한해의 마지막임을 직감하게 된다. 크리스마스 자체가 예수의 탄생일이기도 하거니와 누군가의 생일은 축하의 날이지 않는가. 크리스마스는 즐겨야 하는 날이다.
추억
어렸을 적 크리스마스는 한해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로 기억된다. TV와 길거리에서는 캐럴이 울려 퍼졌고 온 세상은 붉은색과 초록색을 뒤섞은 반짝반짝 빛나는 세상 같았다. 특히 크리스마스 아침에 일어나면 TV에서 방영해주는 크리스마스 특집 애니메이션이 재밌었는데 마치 내가 만화의 주인공인 것 마냥 판타지 세상은 늘 어린아이 가슴을 벅차게 했던 것 같다.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축제와 같았고 축제를 어떻게 잘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11월 말부터 즐겨 듣는 뮤직 플레이어에 캐럴을 여기저기 수집하여 왕창 담아놓으며 혼자만의 크리스마스를 준비했었다.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은 변하기 시작했고 축제와 같았던 크리스마스는 많은 휴일 중 하나의 날이 되었고 더 이상 내 뮤직 플레이어에도 캐럴이 담기지 않게 되었다.
변화
최근 몇 해간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이런 얘기를 종종 듣는다. "올해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 나는 것 같아"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거나 혹은 내가 상대방에 했던 적이 꽤 오래된 것 같다. 사실 뒤돌아보면 대략 10년 전 전후부터 이런 대화가 오고 갔었다. 유독 올해만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안나는 것은 아니다.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장식과 흥이 나는 캐럴이 들려오는 밤거리에서 아름답기만 한 크리스마스를 보낸 지 꽤 오래되었다. 물론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전체적으로 10년 전후부터 크리스마스 연말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게 된 것 같다.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전 세계 팬데믹 감염병 사태로 시장경제는 바닥을 경험했고 소상공인 자영업자는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상태가 현재이다. 나 또한 격동의 20대를 거쳐 30대 중반이 된 지금 크리스마스를 즐겨야 한다는 어렸을 적 나를 찾기 어려울 만큼, 내 스마트폰 플레이리스트에 캐럴이 들어가지 않았던 시간만큼, 그저 평범하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했기 때문에 여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.
나와 같은 평범한 시민이 평범한 삶을 살기위해 달려야만 했다면 나와 비슷한 또 다른 평범한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. 이것은 개인의 이유만이 아니라 과거 10년 간 침체된 경제활력과 치열해진 우위 경쟁, 국가 간 정치 갈등 등 걸어온 길이 험난했던 구조적 원인에서도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. 우리가 지나온 길이 험했기에 즐기기만 할 수는 없었겠다.
마무리
지금도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연말이 다가왔음을 알리는 날일 뿐 더이상 의미를 둘만한 여유가 없다. 더욱 평범해지기 위해 더 고군분투해야 할 뿐이다. 특히 힘든 1년을 보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또 다른 한해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이 되었다. 아무리 현재 여유가 없더라도, 당장의 휴식이 사치 같더라도,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큰 도약과 발전을 위해 1보 후퇴, 2보 전진의 마음으로 한 템포 쉬어가는 모두의 아름다운 크리스마스가 되었으면 좋겠다.
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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